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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우자는 서로에게 배우는 사람이다.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 시작된다."
"君子之道, 造端乎夫婦(군자지도, 조단호부부)"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큰 도리는, 거창한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 즉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 『중용』, 제12장

배우자(配偶者)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짝이 되는 사람' 한자로는 짝 배(配), 짝 우(偶)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배우자는 단순히 함께 사는 사람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이 채워주고, 한쪽이 잘못하면 다른 한쪽이 돌아보게 하며, 서로의 삶에서 배우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배우자를 생각하면 이런 말을 떠올리게 된다.

“배우자는 서로에게 배우는 사람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배우고,
아내는 남편에게 배우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배우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훌륭한 행동보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중용』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 시작된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군자의 도’라는 말 때문이었다.
군자라고 하면 왠지 대단한 사람, 높은 인격을 갖춘 사람, 세상의 큰일을 올바르게 해내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사람이 살면서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도리는, 먼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 바로 부부 사이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내가 살아보니
아내와 살아오면서 다투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면 웃음이 난다.
정말 별것 아닌 일들이었다.
외출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화장실 청소를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집안일을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심지어 에어컨 온도를 몇 도로 맞출 것인지 때문에 며칠 동안 냉랭했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사소한 일들이다.
그런데 그때는 달랐다.
싸우는 순간에는 그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처럼 느껴졌다.
목소리가 커지고, 서로의 말에 서운해지고, 괜히 마음이 상해 잠을 설친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때 왜 그렇게 싸웠지?”
막상 이유를 떠올려보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더라도 ‘겨우 그것 때문에 그렇게까지 했나’ 싶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결국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밥을 먹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평소처럼 생활한다.
흔히 부부싸움을 두고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칼로 물을 베어도 물에는 칼자국이 남지 않는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벤 자국이 남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싸우는 순간만큼은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칼을 휘두른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예전에는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내 방식이 더 합리적이고, 내가 생각하는 방법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
아내가 내 방식대로 해주지 않으면 서운했고, 내가 맞는데 왜 이해하지 못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조금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름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같은 집에서 살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시간을 보내도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과 습관이 다르다.
물건을 정리하는 방법도 다르고, 돈을 쓰는 방법도 다르고,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도 다르다.
심지어 같은 말을 들어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매일 조금씩 서로를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치약을 어디에서부터 짜느냐, 리모컨을 어디에 두느냐 같은 사소한 일들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중요한 삶의 연습이 들어 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작은 연습들이 쌓이다 보니 정작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는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생겨 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고 모든 부부싸움을 ‘칼로 물 베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부분은 꼭 구분해야 한다.
어떤 다툼은 정말 사소한 감정의 충돌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갈등은 그렇지 않다.
반복되는 무시와 상처, 신뢰의 문제,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정처럼 그냥 덮어두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부부싸움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갈등을 가볍게 넘기는 것도 옳지 않다.
때로는 싸움을 피하는 것보다 제대로 대화하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방법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싸우지 않는 부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싸운 뒤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부가 되는 것이다.
“배우자는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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